비밀없이 다 들어나야 하는 공간이라는점도 특이 한듯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모두와 공감하고 공유할수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열린사회와 블로그 - 블로그 열풍의 의미
블로그는 게시판과 다르게 외부로 표현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게시판처럼 자기 집안에서, 혹은 고정된 공간에서 혼자 떠드는 행동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도록 공개적으로 떠드는 행위가 블로그 (혹은 블로그질)인 것입니다.
외부로 표현하기 위한 공간이라는 말은 열린 공간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열려 있다는 것은, 내보낸다는 의미도 있지만, 받아들인다는 뜻도 있습니다. 공간을 연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다른 사람의 대화를 듣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RSS와 트랙백 등을 통해 인터렉티브하게 대화하는 현재의 블로그 문화를 생각해 보면, 블로그가 열린 공간이라는 말에 공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사회의 가치가 점차 열린 공간에게 호의적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과 연결지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입니다. 전통적이며, 권위주의적이었던 대한민국의 기존의 가치가, 점차 개방적이며, 다양성의 포용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조금씩 열려가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사회적 변화의 와중에 등장한 블로그는 다양성을 포용하고, 열린사회의 가치를 반영하는 아주 구조적인 기능을 제공하기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것입니다.
열린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닫혀 있다는 뜻도 됩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열린사회로의 진행이 이뤄지고 있기는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런 의사소통의 닫힘은 개인화되어질 때 더 불편합니다. 예를 들어 우연히 들어간 식당의 음식 맛이 너무 형편없고, 서비스가 불만족스럽다면 어딘가에 자신의 이런 경험을 호소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마땅히 호소할 만한 곳도 없고, 호소한다고 마땅히 보상받을 곳도 없게 된다면 갑갑해집니다. 블로그는 이런 개인의 갑갑함을 해소하는 중요한 의사소통의 기구가 됩니다.
현재 한국의 블로그는 대부분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외부로 표현해내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게 일상의 신변잡기든, 아주 긴 호흡의 논문과 같은 글이던 간에 개인의 사고와 생각은 열린 통로를 통해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 연결되어집니다. 열린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시대적 가치를 대변하는 최상의 기구인 것입니다. 이 사실만으로도 최근 불고 있는 블로그 열풍을 설명해내는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2. 변화된 사회적 트랜드의 표현 양식 - 블로그의 또 다른 정의
예전에는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이라도 한마디 할라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끄러워했고, 이런 부끄러움은 예의로 인식되어 더 강요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바뀌고 있는 사회적 트랜드는 자기 PR을 오히려 예의로 생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이 자신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말을 상대방에게 한마디라도 더 많이 전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블로그는 이런 자기PR의 사회적 트랜드를 반영하는 데 아주 강력한 기능을 제공합니다. 블로그 코리아와 같이 공개된 장소에 자신에 대한 정보가 나타나게 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글에 자신의 글을 트랙백 시켜 놓음으로서 자신을 알릴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자기소개에 있어 여태껏 없어 왔던 혁신인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만 본다면, 블로그는 “자신의 생각을 외부로 표현하는 웹상의 장소”라고 정의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닙니다.
3. 생산과 소비의 동일화 - 블로그의 산업적 의미
블로그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지식 사회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증거입니다. 이건 굳이 한국 사회로 한정지어 생각할 것도 없이, 후기 산업사회가 끝나는 시점에서 가속화되기 시작한 세계적인 변화의 추세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지식 사회를 구현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데이터의 통합이며, 데이터의 통합에 있어 XML을 이용하는 블로그의 기능은 상당히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지식 사회의 특성 중 하나는 지식의 생산과 소비가 도처에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기존 산업사회에서와 같이 정해진 루트를 따라 생산과 소비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 소비가 한곳에서 같이 일어날 수도 있으며, 일(一)대 다(多), 다(多)대 일(一)처럼 다양한 루트로 일어나게 됩니다. 오래전에 엘빈 토플러가 말했던 생산-소비자 (prosumer)의 형식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지식을 소비함과 동시에 생산하는, 반대로 생산함과 동시에 소비하는 형태의 생산-소비가 일어나게 됩니다. 금방 아셨겠지만, 블로그는 이러한 지적 부산물의 생산-소비의 전형입니다.
이런 점에서 블로그의 확대는 현대 지식 사회, 혹은 지식 산업의 흐름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현상인 것입니다.
4. 정치적 역할의 장 - 다양한 정치적 거점의 확보
대의 민주주의를 위한 완전 민주주의의 실습실이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리지만,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블로그를 한다는 것은 정치적 행동을 표현해 낸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곳은 정치 포스트를 거부하는 곳입니다.”라고 쓰여진 블로그를 몇 군데 보았지만, 사실 이런 표현을 한다는 자체가 정치적인 것입니다. 말을 가져다 붙인다면 아나키즘인 것이고, 정치 혐오를 표시하는 정치적 발언인 것이기도 합니다. “그냥 정치가 싫으니 말하지 마세요.”라고 하시는 분도 있지만, 정치는 국회의사당에 있는 것만이 아닙니다. 넓은 의미에서의 정치란, “한 사람이 취하는 특정한 행동과 말이 다른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할 의도가 있는 경우”를 뜻합니다. 정치가 싫으니 정치 이야기를 하지 말아 달라는 말은, 이미 충분히 정치적 의사가 표현된 말입니다.
정치라는 단어에 다른 사람을 변화 시키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는 뜻은 정치가 “설득의 한 과정”이라는 의미와 일치합니다. 다시 말해, 정치는 서로 다른 생각을 “통합”시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내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생각을 받아 들여, 통합해 나가는 과정이 정치라는 것입니다.
세상에 서로 다른 생각이 대립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형제 사이에도, 부부 사이에도 다른 생각이 존재하는데, 전혀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대립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 것입니다. 대립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갈등도 생기는 것이지요. 갈등은 서로 다른 생각들을 통합시키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단계입니다. 욕하거나 비난 받아야할 것이 아닙니다. 대립과 갈등은 정치로 풀어야 합니다. 정치는 서로 다른 생각들을 조합해 통합하고, 벌어졌던 갈등을 치료해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치의 이런 순기능을 망각하고 지역갈등과 세대갈등을 같이 갈등을 확대 시켜 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블로그는 정치의 본래적 의미인 “통합과 화해”를 구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블로그를 통해 내 주장을 펼칠 수도 있으며, 다른 사람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정치적 의견에 동조할 수도 있으며, 또한 반대의 이야기도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블로그에 있는 트랙백 기능은 인터넷상의 실명(자신의 블로그 주소)을 밝히는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써 대의 민주주의가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게 하며, 다양한 주제로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시민의 광장으로 그 기능을 담당할 수 있게 합니다.
대한민국은 더 보다 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불과 10년 전에는 방송에 나오기도 힘들었던 트랜스젠더가 연예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호주제가 폐지되려 하고 있으며, 코스프레와 같이 기성세대가 이해하기 힘든 문화적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양성은 보다 큰 갈들을 조장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는데 있어 벌써 많은 분들은 블로그를 통해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으며, 벌써 정치적 순기능을 담당해나가고 있습니다.
블로그의 사회적 의미와 개념에 대해 4가지를 들어 설명해 봤습니다. 이외에도 다른 의미와 정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4가지만 보더라도, 블로그가 사회적 변화를 촉진하는 과정에서 나온 파생물이며, 현시대의 트랜드를 대변하는 사회문화의 종속물이지, 게시판과 같은 과거의 인터넷 문화와 비교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블로그 코드가 사회에 영향을 받으며.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알 수 있습니다.





